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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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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이번 전시의 고강필 작가의 작품은 우리의 어린시절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글을 배우기 전에 색연필을 들고 눈에 보이는 것 보다 그때 그 시절 인지하고 있던 사람을 그리는 드로잉처럼 말이다. 우리는 한번쯤 아니 수백번은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그렸을 것이다. 작가도 이번 전시의 작품에 같은 형태의 인체를 약간의 변화와 함께 무한하게 그리고 만들어 가고 있다. 어떤 사명감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고자 하는 욕망도 없이 일정한 규모와 패턴으로 팔다리 없는 인체의 형상은 맥없이 그러나 꼿꼿이 서 있다. 하얀 화면 위에 다채로운 색깔의 인체들만이 존재한다.

 

고강필 작가는 다양한 색깔들로 하얀색 한지 위에 같은 형상의 인체를 그려 나가고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선들을 들여다 보면 중첩된 선들과 번진 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선들을 따라가면 우리 인생의 길을 이야기 하듯 되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힘든 상황에 정체되기도 하는 여정을 그린 것도 같다. 한 발짝 뒤로 나와 작품의 전체를 보면 어느 부분은 강조되거나 형상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지 않고 균일하게 패턴을 만들 듯이 자리잡고 있다. 각 인체 형상들은 그 공간에 존재하고 더 이상의 공간은 필요없는 듯 그 정도의 공간으로 만족하듯 서 있다. 이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독립적 개체들을 대변하는 듯도 하다. 어쩌면 작가가 처한 현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체득한 현실의 너와 나의 모습, 우리 모습의 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몸을 통해 세계를 인지하고 경험한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고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해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앞서 촉각적이고 육체적이며 본능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실제 몸을 도구로 삼거나 신체 물질을 매체로 삼아서 몸을 탐구해 왔고 그 과정이나 결과를 작품으로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고강필 작가의 작품 속 인체는 육체적 몸이 아니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동물이며 육체적 몸은 동물과 같은 기능을 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정신의 세계 즉 생각할 수 있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작가는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자신이 표현한 인체를 ‘사유’라 명명하며 그 인체는 인간세계의 본질이요 근원이며 작가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드로잉의 인체는 무의식적 본능의 드로잉이라면 작가의 인체는 의식적 본질의 드로잉이다.

 

작가에게 인체는 하나의 독립된 상징적 기호처럼 작용하며 머리와 몸통만으로 인체임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만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 다리와 발도 없어 지면으로부터 당당히 서 있지도 못하고 유령인 양 둥둥 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작가로서도 확고하지 못한 현실 자각이 작가에게 혹독하게 다가와 지면 위에 뿌리내리지 못 하는 걸까. 그러나 그 인체는 반복되어 무리를 이루고 종이를 벗어나 설치로 확장된다. 작가에게 그리는 행위 자체가 사유의 행위이고, 작가로서 존재하는 길이며 힘든 예술의 길에 정박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다. 작가는 작품 속 인체를 꼿꼿하게 세워 언젠가는 뛰쳐 나아가고자 하는 신념의 기호처럼 무수히 반복한다.

 

화면 속 작가의 상징적 인체들은 전체 화면에 고루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고 각 개체 하나 하나는 서로 견제하거나 침범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숙인 고개와는 달리 자신을 뽐내려는 듯 화려한 색채를 품고 있다. 그 자리에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만을 유지한 채... 급변하는 사회는 언뜻 화려해 보이고 이 사회에서 퇴보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은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기후의 위기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위기들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더욱 위태롭게 할 뿐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 이미 확보된 나의 공간은 잠시나마 위로 받을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안락함을 준다. 그래서 일까. 작가의 작품 속 개체들은 일정한 영역을 유지하며 전체 화면의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려 노력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오늘 순간 순간을 살아갈 뿐 영원한 안정 상태는 불가능하다. 작가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영원한 안정감을 향해 작품활동으로 자신을 치유해 나간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작가는 같은 형상의 인체를 그려왔다. 캔버스 위에 강렬한 색채로 자칫 힘없이 쓰러질 듯한 인체 형상에 색으로 에너지를 주었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에서 작가는 그 에너지 마저 모두 뺏다. 그리고 또한 주목할 점이 캔버스에서 한지로 바탕재료를 바꾸었다. 이는 작가 자신이 동양화 전공자로서 정통성을 찾고자 한 듯 하다. 또한 작가로서 예술적 전통성과 인간으로서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또다른 시도로 보인다. 인간으로서 작가로서 본질을 찾고자 끊임없는 철학적 질문들을 되뇌이고 작품에 새기며 자신만의 상징체계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2023 년 11월 6일

 

인천시립미술관팀 학예연구사 임경미

 

 

 

 

The works of Gangpil Goh on display remind us of our childhood memories. It's similar to drawing a person you recognized at the time instead of holding a colored pencil before learning to read. Perhaps we have drawn figures of humans at least once or hundreds of times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The artist also slightly changes the identical human body shape in this exhibition's works and creates infinite paintings.

Like a sense of mission... There is no desire to fill the screen, and the limbless figure stands upright, albeit weak, with particular scale and pattern. Only colorful human bodies exist on a white screen.

 

Artist Ko Gangpil draws human bodies with the same shape on white Korean paper in various colors. If you look closely at the lines making up the human body, you will see that they overlap and blur. If you follow the lines, they take us back to where we started like the paths of our lives do. The lines get stuck at some point just like we get stuck in times of trouble in life. In this sense, they appear to depict the journey of life. If you take a step back and look at the entire work, no one part is emphasized, or the shapes are concentrated but positioned uniformly as if forming a pattern. Each human figure exists in that space and stands satisfied with that amount of space as if no more space is needed. This represents the independent entity of modern people who live while protecting the minimum area to lead their own lives without being influenced by anyone. It makes me think that it may be a manifestation of the reality faced by the artist—that is, the “real you and me” and “our selves” acquired while living in the present.

 

Usually, we perceive and experience the world through our bodies. We learn about the world, pursue pleasure, and feel pain through the body's sense organs. We are tactual, physical, and instinctive while being beings of reason and intelligence, too. Writers have explored the body using the actual body as a tool or biological material as medium. They try to prove the process or result through their work. However, the human body in Ko Gangpil's work is not physical. Humans are primitive animals, and their physical bodies function like animals. He seeks to reveal the world of spirit where humans are distinct from animals—that is, humans as beings capable of thinking. Goh named the human body in his work “contemplation.” The body is the essence and the root of the human world as well as the identity of the artist himself. While the human body drawn during childhood is a shape of unconscious instinct, the artist's human body is a drawing of conscious essence.

 

 

To the artist, the human body acts like an independent symbolic sign, and only the head and torso are expressed to the extent that it can be inferred to be a human body. Because it has neither legs nor feet, it cannot stand proudly on the ground but floats like a ghost. It may be that, as a human being, as an artist, he is too harshly aware of reality and he cannot take root on paper. However, the human body is repeated, formed into groups, and expanded to an installation work rather than a piece of paper. For the artist, drawing itself is an act of thinking and a way to exist as an artist. It is a stubborn will to set foot on the difficult path of art. In the work, the artist stands the human body upright and repeats it countless times like a symbol of faith that one day wants to escape.

 

The artist's symbolic human bodies are evenly balanced throughout the picture. There is neither edgy feeling nor sense of anxiety nor tension, and each individual element does not compete or interfere with one another. Unlike the heads bowed in their seats, they boast of colorful colors that appear to show off. They take up only as much space as they need to exist in their place…A rapidly changing society seems glamorous at first glance, but modern people who have no choice but to adapt to avoid becoming degenerate outcasts cannot hide their anxiety. Moreover, the social and economic crises resulting from the climate crisis further endanger us today. The space I have secured solely for myself in the crisis offers comfort and solace even if they last only for a brief moment. Is that why? The objects in the artwork maintain a particular area as well as stability throughout the screen.

We strive to lead a prosperous life in a stable environment. We who exist in the flow of time only live in today's moments, and an eternal state of stability is impossible. The artist heals himself through his work toward a sense of eternal tranquility that is impossible in reality.

 

The artist's past works also depicted the same human body shape. The powerful and vivid colors on the canvas give energy to the body that otherwise looks too fragile to stand on its own. However, the artist has deprived the body of the energy in the works on display at this exhibition. Another thing to note is that the base material was changed from canvas to Korean paper. This seems to be the author's attempt at finding legitimacy as an Asian painting major. As an artist, I see another attempt to explore artistic tradition and the essence of being a human being. The artist's journey to find the essence as a human being and, as an artist, to reflect constantly on philosophical questions, to engrave them on his work, and to find answers through his symbolic system will continue.

 

 

November 6, 2023

Im Kyungmi , curator , Incheon Museum of Art

 

 

 

在此次展览中,艺术家高康弼(ko gang pil)的作品让人想起了我们小时候的画。就像在学习文字之前用彩色铅笔画画一样,更像是描绘当时认知到的人。我们可能无意识地画过至少一次或数百次人物形象。在本次展览的作品中,作家也通过细微的变化,无限地描绘并创造了相同的人体形状。像是某种使命感……没有想要填满画面的欲望,以一定的规模和图案,没有四肢的人体形象虽然看着无力,但却笔直地站着。白色画面上只存在色彩缤纷的人体。

 

高康弼(ko gang pil)作家正在白色韩纸上用不同颜色绘制相同的人体形状。仔细观察构成人体的线条,就会发现由重叠的线条和浸染的线条组成。沿着这些线条走下去,似乎描绘了一段倒退或在某种困境中停滞的旅程,仿佛在谈论我们的人生之路。如果后退一步看整幅作品,并没有强调某些部分或形状分布密集,而是图案非常均匀。每个人体形象都存在于那个空间里,似乎不需要更多的空间,很满足地站在那里。这似乎代表了现代人的独立个体,在维护最小领域的同时,维持自己的生活,不受任何人的影响。

也许这就是作家所处的现实、在生活中体会到的现实的你和我的样子以及我们的样子。

 

我们通常通过身体来感知和体验世界。我们通过身体的感觉器官获得有关世界的知识、追求快乐并感受痛苦。因为我们在人类之前是触觉、是肉体、是本能的存在。作家们一直以实际身体为工具或以身体物质为媒介探索身体, 并试图通过作品来证明这个过程或结果。 然而,高康弼(ko gang pil)作家作品中的人体并不是肉体。身体和动物有着同样的功能。作家想展现人类与动物不同的精神世界,即人作为能够思考的存在。将自身所表现的人体被命名为“思惟”,其人体是人类世界的本质和源泉,也是作家自身的认同感。如果说小时候素描的人体是无意识本能的素描,那么作家的人体则是有意识本质的素描。

 

对于作者来说,人体就像一个独立的象征符号,只是将其表达到只用头部和身体就可以推测出是人体 的程度。由于没有腿和脚,所以无法从地面直立,只能像幽灵一样漂浮。也许作为人类和作家,不坚定的现实自觉会残酷地接近作家,以至于无法在地面上扎根吗? 然而,人体被重复,形成一个群体,并从纸面上扩展成一个装置。对于作家来说,绘画的行为本身就是一种思惟的行为,是作家的生存之路,也是踏上艰难的艺术之路的坚定意志。在作品中,作家将人体保持直立,并重复了无数次,就像一种信仰的象征,总有一天会向前迈进。

 

画面中作家的象征性人体在整个画面中都保持着均衡。找不到惊险的紧张感,每个个体也不会互相牵制或侵犯。与在各自的位置上低着的头不同,他们的颜色五彩斑斓,仿佛在炫耀。只保留存在于那个地方所需的领域……瞬息万变的社会乍一看似乎很光鲜亮丽,为了不成为在这个社会退步的落伍者,不得不适应生活的现代人感到非常不安。再加上气候危机带来的社会和经济危机只会更加危及我们的生活。在这种危机中,已经确保的空间能够给予一种安慰,哪怕只是片刻,以及能够让人休息的舒适感。难道是因为这个原因吗?作家作品中的个体都维持着一定的领域,维持着整个画面的稳定感。我们努力在稳定的环境中过上富裕的生活。存在于时间流逝中的我们,只是活在今天的一瞬间,不可能永远保持稳定。作家通过作品治愈自己,以求获得一种现实中不可能的永恒稳定感。

 

在之前的作品中,作家也画过相同形状的人体。如果说画布上用强烈的色彩给稍有不慎就会无力倒下的人体形象注入了能量,那么在此次展出的作品中,作者连能量都夺走了。另一个值得注意的是,基材从画布改为了韩纸。这似乎是作者自己作为东方绘画专业者,想要寻找正统性。这似乎也是作家探索艺术传统和人性本质的又一次尝试。作为人类,作为作家,为了寻找本质,不断反复提出哲学问题,将其铭刻在作品中,并通过自己的象征体系来寻找答案的作家旅程将会持续下去。

2023年11月6日

仁川市立美术馆组学艺研究师 林敬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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